[MHN 리뷰]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속 부서지는 대립, '빛과 철'
  • 박한나 기자
  • 승인 2021.02.10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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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빛과 철' 2월 18일 개봉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의 숨 막히는 대립 '빛과 철'
진실을 마주한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사진=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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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문화뉴스 박한나 기자] 바라볼 것이 없게 되어 모든 희망을 끊어 버리는 절망의 순간, 자신의 유한성과 허무성에 갇혀 스스로를 단절시키고 싶은 찰나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끝없는 어둠 속 빛을 찾아 걸어가지만, 누군가는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의 스올로 더 깊게 빠져들곤 한다. 빛으로 향하는 이와 어둠으로 향하는 이, 과연 이들이 향하는 것은 빛 혹은 어둠은 맞는 것일까. 

영화 '빛과 철'(배종대 감독)은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희주와 의식불명에 빠진 남편을 둔 영남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사건 이후 2년이 흐른 뒤, 희주와 영남은 같은 공장에서 일하게 되며 부딪히게 된다. 어느 날 희주를 찾아온 영남의 딸 은영은 희주에게 놀라운 말을 남긴다. "아빠는 죽으려고 한 거래요"

사진=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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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철'은 치밀한 디렉팅으로 주목받는 신예 배종대 감독과 배우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가 선보이는 압도적인 액팅으로 장르 자체가 주는 스릴감과 긴장감을 넘어, 굉장한 에너지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특히, '제 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염혜란이 배우상을 거머쥐며, 액팅 마스터피스로 단박에 화제에 올랐다.

물론 작품 자체의 화제성이나, 배우들의 연기력, 감독의 섬세한 디렉팅 등 거론될 이야기는 많은 탄탄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시나리오와 서사성이다. "누가 맞다, 틀렸다를 가리는 영화가 아닌, 인간과 인간이 왜 단절되고 멀어질 수밖에 없는지 고민한 것이 이 영화를 출발하게 된 계기"라고 연출 의도를 밝히 배종대 감독은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들의 내밀한 감정을 세밀하게 추적하는 방식으로 타인의 마음에 대한 호기심과 교감, 그것을 영화를 통해 경험하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 각자 간직하고 있던 비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죄책감'이다. 죄책감은 이미 일어난 잘못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을 인식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감정이자,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느끼게 되는 죄스러운 마음이다. 따라서 영화 속 희주와 영남 그리고 은영은 여러 인물들의 갖는 사고에 대한 죄책감을 서서히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가"

사진=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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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리뷰]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속 부서지는 대립. 영화 '빛과 철'

은영 역의 박지후는 "빛과 철은 각 캐릭터들 입장에서 볼 때마다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이 영화를 설명했다. 실제로 배 감독은 사건보다 인물에서 출발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인물들이 오랫동안 품어온 불행에 머무르지 않고 자극에 변화하며 새로운 것을 마주하는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단번에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의 관계 속,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것처럼, 인물의 마음에도 천천히 다가가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는 작품인 것이다. 배 감독은 "정답이 뚜렷하지 않은 팽팽한 대립 속 각자의 마음속에 인물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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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리뷰]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속 부서지는 대립. 영화 '빛과 철'

배종대 감독은 '빛과 철'을 통해 신선한 접근 방식을 도입했다. '어떤 배우도 촬영 전 대본 리딩을 하지 않는다'와 '배우들이 사전에 만나지 않는다'라는 두 가지 원칙이다. 각 배우들의 호흡을 통한 수정도 중요하지만, 즉각적으로 빚어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그리고 대사나 지문에 대한 준비 대신 배우 스스로 감정을 준비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낯설지만 전혀 색다른 신선한 접근에 성공한 것이다. 

생각처럼 긴 어둠의 터널을 헤쳐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빛과 철' 속 희주와 영남, 은영이 그러하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절망과 슬픔 속 가눌 수 없는 눈물을 아름답다. 그러나 한순간 움터올 찰나의 기미를 기대해보고 싶어진다. 

사진=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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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리뷰]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속 부서지는 대립. 영화 '빛과 철'

한편 영화 '빛과 철'은 오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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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리뷰]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속 부서지는 대립. 영화 '빛과 철'

영화 '빛과 철' 2월 18일 개봉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의 숨 막히는 대립 '빛과 철'

진실을 마주한 자 그 무게를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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